
조용하고, 느리며, 따뜻합니다. 나무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계절이지만,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준비의 시간이지요. 이번 글에서는 ‘두현재의 정원살이’에서 직접 경험한 겨울 정원 관리 루틴과 따뜻함을 담는 법을 나누려 합니다. 겨울은 식물이 쉬는 계절이지만, 정원사는 그 속에서 봄을 준비합니다.
겨울 정원, 식물의 쉼을 지켜주는 온기 관리법
겨울에는 마당의 모든 생명이 잠시 멈춘 듯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여전히 작은 숨결이 이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뿌리를 지켜주는 일’이에요. 화단의 흙이 얼지 않도록 낙엽이나 볏짚, 짚단을 덮어주면 훌륭한 천연 보온재가 됩니다. 특히 한옥 마당처럼 노지 식재가 많은 경우, 흙 위에 부직포를 한 겹 덮어두는 것만으로도 온도 변화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화분은 최대한 바람을 덜 맞는 처마 밑이나 온실로 옮겨두세요. 물 주기는 잎보다 ‘뿌리의 온도’를 고려해 아침보다는 오후 시간대가 좋습니다. 밤에 물을 주면 흙이 얼어버려 뿌리가 상하기 쉽거든요. 온실이 없다면, 투명 비닐로 간이 보온막을 만들어 바람길만 막아주는 것도 충분히 효과적입니다.
작은 정원이라도 난로 하나, 태양광 조명 하나만 있어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정원은 따뜻함이 아니라 ‘따뜻해 보이는’ 감성도 중요하니까요.
겨울 정원의 주인공, 빛과 장작불의 온기
겨울밤의 정원은 빛으로 완성됩니다. 낮 동안엔 햇살이 드는 방향을 체크하고, 밤에는 조명으로 온기를 더하세요. 전원주택이라면 전기선은 미리 매립해 두는 게 좋습니다. 겨울엔 콘센트 확장선이 얼거나 고장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따뜻한 빛’이라면 전구색(2700K)이 가장 좋습니다. 대문등, 화단 스폿등, 장작존 주변에는 낮은 조도를, 동선이 되는 길에는 센서등을 설치하면 실용성과 감성이 동시에 살아납니다. 특히 눈이 쌓인 날 조명 아래로 비치는 그림자는 겨울 정원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예요.
장작불도 겨울 정원의 상징이죠. 불멍존이나 작은 파이어피트를 만들어두면 마당의 중심이 살아납니다. 벽돌을 원형으로 쌓고, 바닥에는 모래나 자갈을 깔아 불씨가 튀지 않게 하세요.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불빛 아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추위마저 풍경이 됩니다.
겨울 정원 루틴 – 한옥 마당의 조용한 준비
겨울은 사실 봄을 위한 설계의 계절입니다. 이 시기에 화단의 경계를 정비하고, 낡은 구조물을 손보면 다음 계절의 작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장독대 주변이나 담장 아래는 낙엽이 쌓여 통풍이 막히기 쉬운데, 이를 정리하는 것도 겨울 정원 루틴 중 하나입니다.
또한 씨앗이나 구근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겨울에 미리 씨앗을 정리하고, 발아 시기를 기록해두면 봄 파종이 훨씬 안정적이에요. 두현재의 정원살이에서는 매년 겨울마다 작은 수첩에 ‘심을 식물 목록’을 정리합니다. 이 작은 기록들이 모여 정원의 역사가 됩니다.
💡TIP: 겨울엔 정원 전체를 덮는 ‘보온망’을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PVC 자재나 투명 방풍막을 사용하면 눈과 바람을 막고, 식물의 휴면을 돕습니다.
결론 – 겨울은 정원의 쉼표이자 시작입니다
겨울 정원은 생명이 멈춘 듯 고요하지만, 사실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살아 있는 시간입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작은 새들이 찾아오고, 얼어붙은 흙 아래에서도 뿌리는 천천히 호흡하고 있습니다. 정원은 결국 ‘돌봄’의 예술이고, 겨울은 그 돌봄을 배우는 계절이지요.
따뜻함은 난로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눈 쌓인 마당에 불빛이 비치고, 가지마다 하얀 서리가 맺힌 그 풍경이 바로 겨울 정원의 따뜻한 얼굴입니다. 오늘도 두현재의 정원살이는 그렇게 계절을 품으며 천천히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