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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정원 속 작은 움직임 – 새싹과 흙의 이야기

by 두현재 2026. 1. 13.

봄을 기다리는 정원 속 작은 움직임 관련사진

겨울의 끝자락, 얼었던 흙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하면 정원은 다시 생명의 준비를 시작합니다. 한옥 마당의 흙냄새 속에서도 아주 작은 변화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죠. 이번 글에서는 두현재의 정원살이에서 경험한 ‘봄을 준비하는 정원의 움직임’을 나누며, 새싹이 움트기 전부터 시작되는 흙의 관리, 씨앗의 준비, 그리고 봄의 기운을 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봄을 기다리는 정원 속 작은 움직임 – 흙의 숨을 깨우는 시간

봄 정원은 흙에서 시작됩니다. 겨울 동안 단단히 얼어붙은 흙은 그대로 두면 통기성이 떨어져 뿌리가 숨을 쉴 수 없어요. 그래서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날이 조금 풀릴 때 흙을 가볍게 뒤집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완전히 갈아엎기보다는 겉흙만 느슨하게 풀어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두현재의 정원에서는 흙을 뒤집을 때, 매년 쌓아둔 낙엽 퇴비를 함께 섞습니다. 이 퇴비는 겨울 내내 자연스럽게 숙성되어 미세한 영양분을 만들어내죠. 땅속의 미생물들이 다시 깨어나면서 봄의 흙은 살아 있는 호흡을 시작합니다. 작은 구멍을 내듯 삽질을 하면, 겨울 내내 눌려 있던 흙이 ‘후드득’ 풀리며 따뜻한 냄새를 내뿜어요.

또한 봄을 앞둔 시점엔 ‘배수 체크’도 필수입니다. 겨울 동안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물이 한곳에 고이기 쉬운데, 이대로 두면 새싹이 썩기 쉽습니다. 작은 배수로를 만들어 물길을 터주면 봄비가 내려도 걱정이 없어요.

봄을 기다리는 정원 속 작은 움직임 – 씨앗과 새싹의 첫 준비

봄을 맞는 정원사에게 가장 설레는 일은 바로 ‘씨앗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정원마다 그 계절의 첫 씨앗이 다르겠지만, 두현재의 마당에서는 매년 수국, 금계국, 라벤더, 그리고 허브류의 씨앗을 먼저 꺼냅니다. 겨울 동안 잘 보관해 둔 씨앗 봉투를 펼칠 때마다, 작년의 햇빛과 바람이 떠오르죠.

씨앗을 바로 심기보다는 먼저 ‘발아 테스트’를 해보세요. 종이타월을 적셔 씨앗을 올려두고, 따뜻한 곳에 2~3일 두면 싹이 트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실패를 줄이고, 건강한 씨앗만 골라내는 지혜로운 방법이에요.

화분에 먼저 파종한 뒤 온실이나 창가에서 며칠 키우면, 작은 초록 잎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겨울의 끝이 정말로 멀어졌음을 느끼게 되죠. 씨앗이 싹트는 그 작은 시간은, 정원사에게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의 순간입니다.

 

💡TIP: 씨앗은 심기 전 6시간 정도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면 발아율이 높아집니다. 특히 허브나 꽃씨처럼 껍질이 단단한 씨앗은 이 과정이 효과적이에요.

봄을 기다리는 정원 속 작은 움직임 – 한옥 마당의 봄빛 담기

한옥의 마당은 계절마다 빛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겨울에는 낮은 각도로 들어오던 햇살이, 봄이 되면 천천히 마당 깊숙이 스며듭니다. 이 빛의 흐름을 읽는 것이 봄 정원의 핵심이에요. 햇살이 오래 머무는 곳에는 계절 꽃을, 그늘진 곳에는 나무의 새싹이 자라도록 배치하면 자연스러운 조화가 완성됩니다.

두현재의 마당에서는 봄마다 작은 원형 화단을 새로 만듭니다. 돌로 경계를 잡고, 흙 위에 부엽토를 얇게 덮은 후 새싹이 자랄 자리를 만들어주는 작업이죠. 이렇게 한 구획씩 완성해 나가다 보면 정원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 변해갑니다.

봄의 정원은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 줌의 흙, 한 알의 씨앗, 그리고 하루의 햇살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기다림’이에요. 겨울 동안 묵묵히 준비해온 정원이 이제 천천히 눈을 뜨는 순간입니다.

결론 – 봄은 정원의 약속입니다

정원은 늘 약속으로 시작됩니다. 겨울의 돌봄이 봄의 꽃으로 이어지고, 봄의 씨앗이 여름의 그늘이 됩니다. 정원은 단지 계절의 흐름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주고받는 온기의 기록이죠.

두현재의 정원살이에서는 매년 봄마다 ‘새로운 시작’을 씁니다. 그건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한 해를 살아낼 마음을 다시 다지는 일입니다. 봄의 흙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건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