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설계’입니다. 마당이 아무리 넓어도, 어디에 무엇을 둘지, 어떻게 나눌지 구상하지 않으면 공간이 흐트러지기 쉽죠. 이번 글에서는 초보 정원사를 위한 정원 설계 3단계 – 정원드로잉, 동선짜기, 공간나누기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볼게요. 식물 배치부터 쉼터 구성까지, 예쁜 마당을 만드는 기초가 됩니다.


1단계 – 내 손으로 그려보는 정원드로잉
정원드로잉은 정원의 시작이자 전체 그림을 잡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입니다. 집과 마당의 구조를 간단히 종이에 옮기고, 그 위에 원하는 요소들을 자유롭게 스케치해보세요. 예를 들어 화단을 만들고 싶은 곳, 장미 아치를 세우고 싶은 곳, 평상이나 벤치를 둘 곳, 나무 아래 그늘을 만들고 싶은 공간 등을 구상해보는 것이죠. 처음에는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손으로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 공간을 인식하고, 나만의 정원을 구상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디지털 앱을 활용해도 좋지만, 연필 한 자루와 종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무엇이 놓이면 좋을까’를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이에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면 다양한 정원사진을 보며 아이디어 얻는것도 좋아요.
2단계 – 편안한 마당을 위한 동선 짜기
정원은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는 공간이 아니에요. 걷고, 쉬고, 가꾸는 동선이 잘 구성되어야 일상에서 불편함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텃밭에 자주 가야 한다면 수도와 연결되게 동선을 배치해야 하고, 퇴비함은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연결되는 방향이어야 삶이 편해집니다. 또, 불멍 공간은 바람이 덜 불고 조용한 구석자리에 배치하면 사용하기 좋죠. 동선을 생각할 때는 실제 내 하루 루틴을 떠올리며 ‘나는 정원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를 상상해보세요. 실내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길, 뒷문에서 바로 나와 물을 주는 동선, 화단을 보며 식물을 관리할 수 있는 길, 강아지와 함께 걷는 작은 산책로까지. 동선을 잘 짜는 것만으로도 정원이 훨씬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합니다.
3단계 – 공간을 나누면 정원이 풍부해진다
정원을 하나의 큰 공간으로 두기보다는, 작은 섹션들로 나누면 훨씬 다채롭고 관리도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식재 공간’, ‘쉼터 공간’, ‘작업 공간’ 이렇게 나누어 구획을 잡아보세요. 작은 울타리, 벽돌 경계, 자갈 길, 디딤석 등으로 공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공간은 각자의 테마에 맞게 분위기를 달리 꾸밀 수도 있고, 계절별로 활용도를 바꾸기도 좋아요. 예를 들어 봄에는 화단에 꽃을 심고, 여름엔 쉼터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가을에는 불멍 공간에서 책을 읽는 거죠. 공간의 구획을 짓고 나누는 과정은 마치 정원의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느낌이에요. 작지만 특별한 ‘내 마당의 방’들을 하나씩 만들어보세요.
💡 TIP!
정원도 ‘집의 인테리어’처럼 '설계'가 필요합니다.
마당을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으로 두는 대신, 테마와 구조를 갖춘 하나의 ‘외부 공간 인테리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 순간부터 정원은 가꾸는 대상이 아니라 ‘디자인하는 공간’으로 바뀝니다.
그 시선의 전환이, 정원을 더 감각 있게 바꾸는 첫걸음이에요.
결론
정원 설계는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정원드로잉부터 시작해 동선을 생각하고 공간을 나누는 3단계로 나누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감각이 아닌 구상과 구조로 정원을 바라보면, 실용성과 감성이 모두 살아있는 마당을 만들 수 있어요. 초보 정원사였던 저는 마당 전체를 잔디로 깔고 신이났지만, 지간이 지나 그 잔디를 파내고 화단을 만들고 노동의 시작이었어요. 초보정원사라면, 이번 주말에는 종이 한 장과 연필을 들고 정원 설계에 도전해보세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원은 시작됩니다.